5월 1일, 우크라이나 외교부가 X를 통해 AI 대변인 Victoria Shi를 소개했다. 이름은 Victory에서 유래했으며 Shi는 AI를 뜻하는 우크라이나어 ‘shtuchniy intelekt’에서 유래했다고.

우크라이나 외교부에 따르면 외교관들의 시간과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성명서는 AI를 활용해 생성하지 않고 사람이 쓰고 읽기만 한다고 전해졌다. 원본 영상마다 QR 코드를 제공해 외교부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같은 내용의 텍스트 버전으로 연결해 진위 여부를 판별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우크라이나 외교부의 설명이다.
왜 여성이었을까? 목소리는 어떻게 설정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모델은 우크라이나 리얼리티쇼 ‘The Bachelor’에 출연한 가수 Rosalie Nombre이라고 한다. Nombre는 우크라이나 동부에 소재한, 현재 러시아가 지배하는 도시인 Donetsk에서 태어났고, 인스타그램에서 5만 4천여 명의 팔로워가 있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러시아어 사용자로 성장한 사람들과 우크라이나 혼혈인들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전해졌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내용을 인스타그램에 남겼다.

Who is a true Ukrainian?
I want to start with the most important thing – I thank my country for moving forward. Whether someone likes it or not, the future will come to everyone. And I am glad that I have become the prototype of the world’s first digital representative of a state. And I thank the people, because now I feel the meaning of the word “consciousness” sharper than ever. I feel that this word is not an empty sound for many of us. I feel that superficial individuals deserve no attention except condemnation. And what about appearance? Unfortunately, it has been the main focus for humanity for too long. Too many stereotypes have been built on this toxic foundation, created only to ruin human souls. I remember that in 2016 I was not chosen as Miss Ukraine. Because of appearance 🙂 Then I was unofficially asked “not to be offended” – well, what can you do, Rozie. But I wanted to be offended. But then I couldn’t, I didn’t have the moral strength and courage to assert my importance, my “fullness.” In those years, I was so oppressed by the superficiality of this world that I signed up on Instagram as “Rozali Kovbasa.” Because that’s so Ukrainian – maybe it would bring me closer to the goal of becoming Ukrainian in the eyes of others? But now I have grown up and I don’t need the approval of everyone in society to be who I am from birth and who I identify myself with in adulthood. It’s enough to ignore other ethnic groups living in Ukraine. It’s enough to imitate a chauvinistic past. It’s long overdue to read and understand the meaning of a book, not to criticize its cover.
그는 ‘진짜 우크라이나 인이 누구냐’며 포스팅을 시작했다. 혼혈인 우크라이나인으로서 겪었던 일들 – 미스 우크라이나에 선발되지 못했던 것들, 우크라이나인으로 보이기 위해 우크라이나 식의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에 가입한 것들을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대표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이 AI 외교관 프로젝트에 촬영하고 디지털화되는데 무료로 동의했다고 밝혀졌다. 우크라이나에서의 혼혈인이 어떤 상황인지 몰라 대략 구글링해보니 인종차별이 꽤 심한 듯 하다. 국적 상 우크라이나인이 맞는데도 외모(인종)이 다르면 사회 생활을 하기 위한 일종의 ‘사회적 비자’가 필요하다고. 그런 상징성에서 아마도 Rosalie를 AI 외교부 대변인의 모델로 택한 것이지 싶다.
이렇게 보니 Spokeperson을 ‘여성’으로 상정한 것이 너무 티피컬한 선택이 아닌가, AI assistant의 디폴트값을 모두 여성으로 시작하는 연장선이 아닌가 하는 오해는 풀렸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사회에서 소수자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을 모델로 외교부 대변인은 만든 것은 의미있다는 생각.
하지만 QR code만으로 가짜영상과의 진위 여부를 판독한다는 것은 너무 나이브한 전략이 아닐까 싶다. 위조 사이트도 너무 쉽게 만들 수 있고, QR code를 통해 공식 홈페이지로 연결된다는 정도는, 특히 외교적으로 민감한 상황에 처한 우크라이나에서 내놓기에는 더욱이 약한 전략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이 작성한 성명서를 낭독하는 AI 대변인이 어느정도로 역할을 할지도 의문이기는 하다. 언젠가는 정치인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당 차원에서 일을 하면서 특정 페르소나를 가진 AI들이 정치인의 역할만 하는 날도 올까.. 하는 생각도 든다.
Victoria Shi를 생성한 기업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가상현실 콘텐츠도 제작한 비영리 단체 The Game Changers라는 팀. 포브스에 따르면 이들은 전쟁에 대한 국제적 인식을 높이는데 기술을 활용하는 단체로, 우크라이나 복구를 위한 국제 과학과 기술 협력을 촉진하는 NGO Nazovni Tech의 도움으로 이 프로젝트를 구현해냈다고.
그외에도 우크라이나에서는 정부기관과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 2019년에는 정부에 디지털혁신부를 설립해 정부 프로세스에서 인적 요소를 제거하고, 부패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혁신부의 목표는 우크라이나를 시민과 기업에게 세계에서 가장 편리한 국가로 만드는 것이라고. 이 부처에서는 전자정부 포털 Diia를 만들기도 했다. Diia는 신분증, 생체인식여권, 차량등록증, 납세번호 등 서류를 포함하는 앱이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에서는 부패와 관료주의가 만연했는데, Diia를 비롯해 많은 정부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젊은 층 13%가 디지털 기술 개발을 2021년 정부의 가장 큰 성과로 생각한다고 한다.
다른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작업들이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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